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역·투자 지원 체계의 전면적인 고도화에 나섰다. 지난 3월 25일 강경성 사장 주재로 열린 ‘2026년 제1차 KOTRA AI 위원회’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공공기관이 민간 산업 생태계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견인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엑셀러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경제적 함의가 크다. 특히 정부가 확정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과 궤를 같이하며, 수출 전선에 AI를 내재화해 무역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체질 개선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무역·투자 지원체계의 패러다임 변화: 'AI 수출비서'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KOTRA가 제시한 'AI 활용 무역·투자 지원체계 고도화'의 핵심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와 비용 효율화다. 전통적인 무역 지원 방식이 인력 중심의 상담과 자료 조사에 의존했다면, 새로 도입되는 ‘AI 수출비서’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KOTRA의 반세기 축적 데이터를 결합한 형태다.
이 서비스는 기업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질문하면 실시간으로 최적의 바이어를 매칭하고, 유망 시장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진출 시 직면하는 높은 진입장벽과 조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KOTRA가 보유한 전 세계 120여 개 무역관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한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구축은 AI 모델의 정확도를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 작용한다. 단순한 챗봇 수준을 넘어 기업별 맞춤형 수출 전략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은 공공 서비스의 질적 도약을 상징한다.
AI 생태계 글로벌화: 산업 AI(M.AX)의 수출 산업화 전략
KOTRA의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AI를 단순히 '도구'로 쓰는 것을 넘어, 'AI 산업 자체'를 수출 동력화하겠다는 의지다.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K Connect AI(가칭)’는 제조 AI 전환(M.AX)에 특화된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는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역량과 AI 기술을 결합하여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패키지로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일본의 'AI 프론티어 재팬'이나 실리콘밸리의 '피지컬 AI & M.AX 슈퍼커넥트'와 같은 권역별 특화 사업은 각 국가의 산업 구조에 맞춘 타겟팅 수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제조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솔루션을, 미국은 원천 기술 협력 및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입체적 접근은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조기 진입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부의 AX 혁신과 리스크 관리 체계
KOTRA는 외부 지원 서비스뿐만 아니라 내부 조직의 생산성 제고에도 AI를 전면 도입한다. 'AI 전환 책임관'제 운영과 'AX 혁신랩' 신설은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특히 '지능형 바이어 상담 매칭 시스템'은 과거 상담 이력과 성사율 데이터를 학습하여 매칭의 정확도를 높인다. 이는 공공기관 업무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단발성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후 관리까지 데이터로 추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기업 정보의 보안과 AI 모델의 편향성 문제는 향후 KOTRA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시장 영향 및 전문가 분석
산업계 전문가들은 KOTRA의 이러한 행보가 국내 수출 지형에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수출의 민주화’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졌던 지방 소규모 제조 기업들이 AI 수출비서를 통해 대기업 수준의 시장 분석 데이터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수출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 둘째는 ‘AI 솔루션의 레퍼런스 확보’다. KOTRA라는 공공 플랫폼을 통해 검증된 AI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 시 강력한 신뢰 자산을 얻게 된다.
다만,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데이터 주권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주요국들이 자국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제한하거나 AI 기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 KOTRA의 AI 전략이 글로벌 규제 샌드박스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기자의 시각] 공공 AI 전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지속성'
KOTRA의 AI 위원회 개최와 50대 과제 확정은 공공 부문의 디지털 전환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특히 1,600명 규모의 AI 무역 인재 양성은 지역 균형 발전과 실무 인재 부족 문제를 동시에 공략하는 적절한 포석이다. 하지만 화려한 로드맵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기업들이 체감하는 '데이터의 질'과 '결과의 정합성'이다.
AI 수출비서가 제공하는 정보가 기존의 일반적인 시장 리포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바이어 매칭의 정확도가 낮다면 이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민간의 AI 스타트업들과 협력하는 'AX 혁신랩'이 단발성 용역 계약에 그치지 않고, 민간의 혁신 기술이 공공 데이터와 결합해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연한 거버넌스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KOTRA의 AX 성공 여부는 AI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에 녹여낼 '데이터의 정제 수준'과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AI의 실질적 효용성을 증명해낸다면, 이는 대한민국 수출 경쟁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디지털 뉴딜'의 진정한 완성이 될 것이다.
출처: https://www.newsvalue.kr/news/articleView.html?idxno=23331

